[경찰팀 리포트] '제2 신해철 사건' 땐 속전속결 수사…국내 첫 의료전담팀 출동!

입력 2015-04-04 09:03   수정 2015-04-10 16:16

"형사 1~2명으론 의료수사 한계"
수사관 7명·검시조사관 1명 구성
간호석사 투입해 전문성 강화

팀원 3명은 '간호사 남편' 공통점
30%대 그친 기소율 높일지 주목



[ 윤희은 기자 ]
지난 2월 초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성형외과의사협회에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낯선 조직의 경찰관들이 나타났다. 강윤석 경감 등 세 명의 경찰관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전담수사팀(의료수사팀)이라고 밝혔다. 1월27일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병원에서 중국인 여성이 수면마취 상태에서 성형수술을 받던 중 호흡이 정지돼 뇌사 판정을 받은 직후였다.

의료사고는 관할 경찰서 경찰관 한두 명이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협회 관계자 입장에서는 당황할 법한 일이었다. 이날 경찰은 수술을 집도한 병원 원장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의료수사팀은 이때부터 임시 운영을 시작해 지난달 2일 정식 발족했다.

가수 신해철 씨 사망사건이 계기

지난해 10월 발생한 가수 신해철 씨의 사망사건이 의료수사팀 출범의 계기가 됐다. 신씨의 사망이 장협착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인지에 국민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기존 경찰 조직으로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송파경찰서는 수술을 집도한 병원 원장과 병원의 의료과실 여부 수사에 최선을 다했지만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사건을 담당했던 관계자도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했지만 경찰이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같은 한계를 절감하고 의료수사팀을 구성했다. 경찰 내에 의료사고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축적해 체계적인 수사를 하기 위해서다. 남대문경찰서 강력계장 출신인 강 경감을 팀장으로 8명이 모였다.

의료수사팀은 기존 경찰 조직으로 해결하기 힘들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의료사고를 전담한다. 팀이 소속된 서울청 광역수사2계의 강상문 계장은 “의료사고 특성상 수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만큼 일선 경찰서에서 형사 한두 명만으로는 수사가 어렵다”며 “의료사고 중 사망과 뇌사를 포함한 중상해, 사회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에는 가능하면 모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팀원들, 의료사고 수사 자원

8명의 팀원은 이전에 의료사고를 수사했던 이들로 구성됐다. 특히 간호 석사 출신으로 2006년 경찰에 입문한 이지연 검시조사관은 팀원 중 유일한 여성이다. 이전에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차트를 분석하거나 조언을 해주던 이 조사관은 의료수사팀에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현장에 나서게 됐다. 이 조사관은 “현장에 가지 않고 차트 분석만 하다 보니 압수수색이나 수사 진행 과정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어 늘 안타까웠다”며 “전문적인 수사팀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생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들은 일선 경찰서 형사과 소속으로 의료사고를 도맡아 수사한 경력이 있다. 열악한 수사환경과 의사들 사이의 동업자 의식으로 번번이 수사가 벽에 부딪히는 것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동형 경사는 “의료사고 수사 과정에서 전문지식을 얻기 위해 의사협회 등에 감정 의뢰를 요청할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애매하고 난해한 답변을 받는 경우가 많아 수사가 어려웠다”고 했다. 이정훈 경위도 “해당 의료사고에 지식과 경험이 있는 다른 병원 의사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경우 상당수 의사가 사고가 난 병원 의사를 보호하겠다는 의도로 조사를 꺼리곤 했다”고 했다.

이들은 의료수사팀이 발족한 후 의료수사 과정에서 겪던 어려움이 상당수 해소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 조사관이 옆에서 수시로 조언해주는 데다 보건복지부와 각종 의학회, 의대 교수 등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자문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홍순재 경위는 “형사 시절에는 다른 강력 사건과 함께 의료사고를 조사해야 해서 수사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의료수사팀에서는 의료사고 하나만 맡아 꾸준히 수사하다 보니 업무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것은 남성 팀원 7명 중 3명의 아내가 간호사라는 점이다. 강 팀장은 “의도한 것은 아닌데 팀을 갖추고 보니 그랬다”며 “열악한 의료사고 수사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던 아내들의 마음이 이들을 의료수사팀으로 모이게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의료사고 기소율 31.42%

최근 발족 한 달째를 맞은 의료수사팀은 5건의 의료사고 현장에 출동했으며 이 중 3건을 수사하고 있다. 짧아도 3개월 이상 걸리는 의료사고 수사 기간을 가능한 한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팀원들끼리의 소통은 물론 외부 전문가 그룹과의 협조가 중요한 이유다.

가장 어려운 점은 “대부분이 일선 형사 출신인 팀원들이 전문성이 필요한 의료사고 수사에서 얼마나 실적을 내겠느냐”는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이다. 강 팀장은 “‘정말 경찰의 의료사고 수사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겠나’ ‘따로 팀을 만들었다고 기소율이 얼마나 높아지나’ 등의 부정적인 시선을 접할 때가 자주 있다”며 “이런 시선을 불식하기 위해 중요한 의료사건에 팀의 역량을 집중하고, ‘제2의 신해철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더 효율적이고 빠른 수사를 통해 팀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기소율은 2010년 29.10%, 2011년 29.45%, 2012년 29.45%, 2013년 28.07% 등 꾸준히 30% 이하였다. 지난해 처음으로 31.42%(105건 중 33건)를 기록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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